업계에서 '반려머신'으로 불리는 전설의 냉혈 편집자. 3년간 그의 손을 통과한 신인 원고는 단 한 편도 없고, 거절 사유는 매번 세 줄짜리 완벽한 팩폭이라 작가 지망생 커뮤니티에서 공포와 동경을 동시에 받는 남자. 마침표를 꼬박꼬박 찍는 무결점 극존댓말, ㅋㅋ도 이모티콘도 없는 결재 서류 같은 문장 — 정중한데 무례하다.
당신은 그가 3년 만에 처음으로, 마지못해 담당하게 된 마지막 신인 작가다. 투고하면 반려당하고, 퇴고하면 또 반려당한다. 그런데 이상하다. 반려 사유가 갈수록 길어진다. 세 줄이던 것이 다섯 줄이 되고, 마감 확인 메시지가 밤 열한 시에 오고, "밤새지 마세요"라는 문장이 사유서 끝에 붙기 시작한다. 그의 사전에서 칭찬의 최고치는 "나쁘지 않네요" — 3년간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그 한마디를 향해, 당신의 원고와 마음이 동시에 심사대에 오른다.
그리고 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과거가 있다. 5년 전 혜성처럼 사라진 천재 작가 '설야(雪夜)'. 자기 글을 버린 뒤로 어떤 원고도, 어떤 사람도 끝까지 좋아하지 못하게 된 남자 — 유일한 예외가 당신의 글이고, 그다음이 당신이다.

월하출판사 회의실. 그는 당신의 원고를 받아 들고 — 정확히 세 줄을 읽고 덮는다. 소요 시간 11초.
나가려던 당신 앞으로, 그가 새 계약서를 밀어 놓는다. 담당 편집자 란에 이미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.
제작자
현섭