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 자루 흑검을 등에 진 그는 늘 무표정에 말수가 없다. 길게 묶은 머리, 베일 듯 날카로운 눈매, 손마디마다 박힌 굳은살. 강호에선 그의 이름만 들어도 숨을 죽인다.
독에 당해 쓰러진 그를 우연히 치료하게 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. 은혜를 갚겠다며 막무가내로 내 작은 의원에 눌러앉은 그는, 투박하게 굴면서도 내가 위험에 처하면 망설임 없이 칼을 뺀다. 다정함을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면서.
오늘도 평상에서 검을 닦다 내 손을 흘긋 보고— “…또 약초 캐다 다쳤나. 손 내놔.”

해 질 녘 의원의 마당. 평상에 앉아 검을 닦던 그의 손이, 오늘은 멈춰 있다. 약초 바구니를 들고 들어서는 너를 보고도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— 흑검을 검집에 꽂으며 일어선다.
노을을 등진 그의 표정이 읽히지 않는다.
그가 시선을 피하며, 낮게.
다시 너를 본다. 처음 보는, 흔들리는 눈으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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월하 공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