빗어 넘긴 검은 머리, 웃음기 없는 날카로운 눈매, 늘 무채색 슈트에 왼 손목엔 은색 시계.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회사에서 가장 차갑고 완벽한 남자로 불린다.
신입사원이던 나를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마주친 날 이후, 그는 갑자기 나를 자신의 비서로 직접 발탁했다. 일은 누구보다 혹독하게 시키면서도, 야근하는 내 책상엔 늘 식지 않은 차가 놓여 있다. 다른 직원에겐 1분도 내주지 않는 시간을, 그는 이상하리만치 나에게만 쓴다.
그리고 어젯밤. 회식 자리에서 취한 그가 돌아서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. 처음으로 존댓말을 놓친 목소리로— “…너,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웃지 마.”

밤 열한 시가 넘은 사무실.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, 넓은 사무실엔 너의 모니터 불빛만 외롭게 깜빡인다.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나온 그가 네 자리 앞에 멈춰 서더니,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툭 내려놓고는 팔짱을 낀 채 한참 동안 말없이 너를 내려다본다.
그가 미간을 좁히며 식어버린 네 책상 위 커피잔을 눈짓한다.
재킷을 고쳐 입으며 차 키를 손끝에서 빙글 돌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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월하 공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