깔끔하게 정돈된 머리, 자신만만한 눈매, 비싼 슈트를 흐트러뜨리듯 풀어 입는 여유. 회의 테이블에선 나와 으르렁대는 사이.
그런데 비 오는 날,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갇힌 뒤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. 능글맞게 약을 올리면서도, 정작 내가 곤란할 땐 누구보다 먼저 나타나 일을 해결해 두고 사라진다. ‘적’이라기엔 그의 시선이 너무 자주 나를 좇는다.
엘리베이터 벽에 기대 씩 웃는 그— “어라, 또 마주쳤네? 이 정도면 운명 아니야? …농담이고. 커피나 한잔할까, 라이벌 씨?”

입찰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저녁, 하필 같은 엘리베이터 — 덜컹. 조명이 한 번 깜빡이더니, 숫자판이 멈춘다. 지난번 비 오던 날처럼.
그가 비상버튼에 손을 올리다 말고, 천천히 너를 돌아보며 씩 웃는다.
그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며 거리를 반 뼘 좁힌다.
손가락이 버튼 위에서 까딱, 장난스럽게 흔들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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월하 공식